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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탑 텐트

루프탑텐트 안사는 이유 (차량이동, 비상상황, 설치번거로움)

루프탑텐트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최근 많이 늘었습니다. 저도 한때 루프탑텐트를 차량에 설치하고 다니며 캠핑을 즐겼는데, 솔직히 좋은 점만큼이나 불편한 점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루프탑텐트는 설치가 간편하고 바닥의 찬기운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강조되지만, 제 경험상 차량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동계캠핑 중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불편함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차량이동 제약과 비상상황 대처의 어려움

루프탑텐트의 가장 큰 단점은 텐트를 설치한 상태에서는 차량을 전혀 움직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저는 동계캠핑 중 난로(석유난로)의 연료가 떨어져서 급하게 기름을 사러 가야 하는 상황을 겪었습니다. 여기서 난로란 겨울철 텐트 내부를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난방 장비로, 보통 석유나 부탄가스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문제는 루프탑텐트가 설치된 상태였기 때문에 텐트를 전부 접고, 짐을 정리한 뒤에야 차를 몰고 나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만약 바닥텐트였다면 텐트는 그대로 두고 차만 몰고 다녀올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루프탑텐트는 차량 지붕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유연성이 전혀 없습니다. 더 심각한 경우는 기상 악화로 인한 긴급 철수 상황이었습니다. 태풍급 강풍과 폭우로 캠핑장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을 때, 저는 루프탑텐트를 급하게 접으며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출처: 기상청](https://www.kma.go.kr)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여름철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약 30% 증가했다고 합니다). 바닥텐트였다면 최악의 경우 텐트를 포기하고 차량만 빼낼 수 있지만, 루프탑텐트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차량과 텐트가 하나로 붙어있기 때문에 텐트를 포기하면 차도 함께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이런 비상상황에서 루프탑텐트는 차량 활용성(Vehicle Mobility)을 극도로 제한합니다. 여기서 차량 활용성이란 필요할 때 즉시 차를 움직여 이동하거나 대피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또한 캠핑 중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하거나,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이런 이유로 차박을 할 때도 웬만하면 차량과 텐트를 분리해서 설치하는 편입니다. 루프탑텐트는 이 모든 유연성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설치 편의성과 실제 사용의 괴리

루프탑텐트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기대하는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한 설치"입니다. 실제로 펼치는 건 간단합니다. 소프트탑(Soft-Top) 방식의 경우 웨빙 끈을 풀고 뒤집어 올린 뒤 창문에 고리를 걸면 끝나고, 하드탑(Hard-Top) 방식은 위로 들어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여기서 소프트탑이란 천 소재로 된 텐트가 접혀있다가 펼쳐지는 방식을 말하고, 하드탑은 딱딱한 케이스가 위로 올라가며 공간이 생기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접을 때 발생합니다. 소프트탑은 텐트 천이 옆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오기 때문에 이걸 손으로 일일이 밀어 넣으면서 접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 작업만 10~15분은 족히 걸렸습니다. 특히 비가 온 뒤라면 젖은 천을 정리하는 게 더 까다로웠습니다. 하드탑은 접는 건 간단하지만, 동계나 간절기에 어닝(Awning, 차양막)을 확장하면 결국 일반 텐트 캠핑과 다를 게 없어집니다. 루프탑텐트를 설치하면 차량 전고(全高, 차량 전체 높이)가 높아집니다. 평소 지나다니던 지하주차장이나 오래된 건물의 낮은 출입구를 통과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https://www.molit.go.kr)에 따르면 국내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의 평균 높이 제한은 약 2.3m입니다). 저도 평소 다니던 마트 지하주차장에서 루프탑텐트 앞부분이 천장 형광등에 걸려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높이 제한 바를 통과했는데도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천장이 낮아지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도 생각보다 번거롭습니다. 처음엔 2층에서 보는 풍경이 좋아서 자주 올라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밥 먹고, 물건 가져오고, 화장실 가는 등의 이유로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게 점점 귀찮아졌습니다. 결국 저는 루프탑텐트는 잠만 자는 용도로만 쓰고, 대부분의 시간은 아래 쉘터에서 보내게 됐습니다. 동계캠핑에서는 난로를 사용하기 위해 어닝을 확장하고 거실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때부터는 팩(Peg, 텐트 고정용 말뚝)을 박고 가이라인(Guy Line, 텐트를 지탱하는 줄)을 설치하는 등 일반 텐트 설치와 작업량이 거의 같아집니다. 저는 이 과정을 거치며 "이럴 거면 그냥 바닥텐트를 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루프탑텐트를 고민하시는 분들께 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자면, 차량을 움직여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날씨에는 캠핑을 피하시거나, 모든 준비물을 철저히 챙겨 차량 이동이 필요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바닥의 찬기운이 싫어서 루프탑텐트를 선택하시는 것도 좋지만, 그에 따른 제약사항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저는 결국 바닥텐트로 다시 돌아왔고, 차량과 텐트를 분리해서 쓰는 게 훨씬 실용적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루프탑텐트는 분명 매력적인 장비이지만, 사용 환경과 본인의 캠핑 스타일을 충분히 고려한 뒤 선택하시길 권장합니다.

참고: https://youtu.be/Wde-_Erwo0w